매치 포인트 - 넘어갈까 말까

Author : Rin / Date : 2009/04/25 23:42 / Category : 수다거리/movi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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넘어갈 듯 말 듯, 테니스 네트에 걸린 공이 솟구쳐 오른다 - 승패를 가르는 1점, 매치 포인트

상류층 테니스코치를 시작한 한 남자가 있다.
그는, 크리스는 테니스를 가르치긴 하지만 윔블던의 우승을 노릴 만한 실력도 열정도 없다.
그렇다고 평생 테니스를 가르치며 살 생각도 없다.

그런 그가 상류층 자제 톰 휴이트을 만나 가족들과 인사를 나누게 되고 운좋게도 그의 여동생 클로에의 마음에 들게 된다. 적극적인 클로에의 관심에 자연스럽게 연애를 시작하고 가족들도 크리스에 대해 호감을 가진 터라 크리스의 인생은 잘 풀릴 것만 같다. 하지만 톰의 약혼녀 노라를 만나게 되자 크리스는 노라에게 끌리는 욕망에 어쩔 줄을 모른다. 끊임없이 노라를 갈구하는 크리스와 한 발 물러서 있는 노라 - 크리스와 노라의 위태로운 감정들이 교차하면서  크리스의 이중생활로 두 사람은 파국으로 치닫는다.

영화의 결론을 보고 처음에는 결국 인생은 운 좋은 놈은 살아남고 운 나쁜 놈은 억울하게 개죽음을 당할 수 밖에 없단 말인가 -가난하게 살아왔고 실력이 아니라 순전히 운이 좋아 안락하고 부유한 생활을 하게 된 그가 그대로 그 생활을 유지했으면 하는 마음이 들었음에도- 그런 생각에 화가 치밀어 올랐다.

어쩌면 영화 처음에 나오는 대사처럼 우리의 인생이 운에 의해 좌지우지된다는 것을 나 또한 인정하기 싫기 때문일지 모르겠다.

언뜻 크리스의 매치포인트는, 결정적인 증거인 반지가 고맙게도 난간 밖으로 넘어가주지 않은 그 순간인 듯 보인다. 완전범죄에다 이중생활도 감쪽같이 속여넘기고 부유한 생활에 아내와 가족들의 신뢰도 지키고 그토록 원하던 아이까지 얻었으니까 말이다. 이제 그의 인생은 흔들림 없는 탄탄대로처럼 보인다.

하지만 그는 자신이 너무나 사랑했던 여자를 죽였고, 가족들이 클로에와의 사이에 생긴 아이를 축복하는 사이에  자신의 첫 아이를 죽였고 그를 위해 그 옆집의 무고한 사람마저 죽인 괴물이 되어버렸다.
이것이 과연 진정한 승리일까?
인생이라는 기나긴 게임에서 이겼다고 할 수 있을까?

아이를 보며 즐거워하는 가족들을 뒤로한 채 굳은 크리스의 얼굴은 웃을 줄 모른다.

노라의 결정적인 매치포인트는 미술관에서 간절한 목소리로 크리스가 전화번호를 애걸했을 때가 아닐까 싶다.
가르쳐 줄까 말까 이미 한 번 그를 냉정하게 거절할 수 있었던 노라는 그의 요구에 넘어가지 말았어야 했다.

아내를 곁에 두고도 자신을 향한 뜨거운 애정공세를 하는 크리스가 자기 것이 된 줄 알았지만 이중생활이 길어지면서 그가 점점 더 변명을 늘어놓을 때, 자신을 속이고도 천연덕스럽게 거짓을 말할 때,  이번에는 이번에는 하면서 믿어 주었던 그 매 순간순간이 결국에는 노라의 매치포인트이기도 하다. 넘어가지 않았더라면 속지 않았더라면 노라에게는 분명 다른 인생이 기다렸을을 테니까 말이다.

공곰히 되짚어 생각해보면 이 영화의 깊이는 두 주인공 사이에 교차되는 매치포인트들을 통해서 그 다음에 오는 삶, 그런 순간들의 연속들로 이루어지는 인생이라는 것을 보여주려는 게 아닐까 싶다.

주체적인 선택을 논한 사르트르의 실존철학까지는 아니라도  각자 자신의 매치 포인트 말이다.

넘어갈까, 말까?

문득 얼마전 방송된 무한도전의 인생극장이 생각나는 건 왜일까...=ㅅ=;;






2009/04/25 23:42 2009/04/25 23: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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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으른 만화쟁이의 소소한 수다거리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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